본문으로 건너뛰기

어도비: AI 수혜주인가, 소라(Sora)의 희생양인가?

· 약 24분

01

하이라이트:
어도비의 첫 번째 도약은 일회성 구매 라이선스 체계를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재무 지표가 전환기 동안 잠시 부진하긴 했지만, 클라우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자 이후 5년 동안 매출이 급증했고 주가는 7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현재 어도비의 고민은 구독자 급증으로 인한 매출 고성장 구간이 사실상 끝나면서, 핵심 사업인 디지털 미디어와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성장률이 10%대로 둔화됐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합니다. 어도비는 AIGC와 기존 워크플로 통합이라는 핵심을 포착했습니다.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제품군에 내장해 사용자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전문 디자이너가 AI를 보조 도구로 사용하며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AIGC는 별도 학습 없이 일상 워크플로에 녹아들었습니다. 소라(Sora)가 달리-E처럼 "범용화"될 수는 있어도, 어도비는 생성부터 편집까지 이어지는 전체 콘텐츠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공급망은 전문가와 고객층에 단단히 묶여 있으며, monetization(수익화) 기회 대부분이 이 지점에 존재합니다.

AI 혁명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꼽히던 어도비는 최근 경쟁 심화와 AI 기여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우려로 주가가 조정을 받았습니다.

주가가 2023년 10월 저점 수준까지 되돌아온 지금, 투자자들은 AI가 어도비에게 호재인지 악재인지 묻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어도비의 성장사, 현황, AI 전략, 그리고 소라가 제기한 위협을 살펴봅니다. RockFlow 투자 리서치팀은 AI가 크리에이티브 작업의 번거로운 과정을 크게 단축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봅니다. 관련 업계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AI에 투자할 동기를 갖게 될 것입니다. 어도비가 당분간 가격 결정력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AI는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의 전환 이후 주가를 이끌 차세대 촉매가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어도비와 교육 분야의 듀오링고는 AI 수혜가 기대되는 양질의 투자 대상이라고 판단합니다.

어도비 클라우드 전략이 가져온 첫 번째 황금기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 선두업체인 어도비는 일부 경쟁자(예: 피그마)가 존재하지만, 동영상·이미지 편집부터 일러스트, 3D, 그리고 AI 이미지 생성·보정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제품 생태계를 제공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어도비는 자사 가치 제안을 "창의성을 발현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며, 디지털 비즈니스의 장기 성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합니다.

어도비의 사업은 디지털 미디어(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도큐먼트 클라우드), 디지털 익스피리언스(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퍼블리싱 & 광고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이 가운데 앞의 두 사업이 핵심이고, 퍼블리싱 & 광고는 기여도가 미미한 전통 사업입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와 도큐먼트 애플리케이션(도큐먼트 클라우드)을 포함하며, Acrobat, Firefly, Photoshop 등이 대표적입니다. 디지털 익스피리언스는 B2B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터 수집·분석·마케팅을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두 사업 모두에서 핵심 지표는 ARR(Annual Recurring Revenue·연간 반복 매출)입니다. 어도비의 제품은 구독 기반이라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만들어 냅니다. 2015~2020년 주가가 70달러에서 500달러로 치솟은 것도 이 덕분입니다.

어도비는 인쇄용 프로그래밍 언어 포스트스크립트(PostScript)로 출발했으며, 성장 과정에서 세 번의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02

2003년: 단일 제품에서 제품군으로
1983년 출시된 포스트스크립트는 PC와 인쇄 장치 사이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며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벡터 디자인 소프트웨어 일러스트레이터를 출시했고, 포토샵을 인수해 사진 편집 도구도 제공했습니다. 이후 프리미어, 애프터이펙츠, 인디자인 등을 내놓으며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 시장을 개척했고, 2003년에는 이를 묶은 크리에이티브 스위트(Creative Suite)를 출시했습니다.

2013년: 라이선스에서 SaaS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매출과 이익이 압박을 받으면서 경영진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일회성 라이선스는 높은 영업비용, 느린 고객 증가, 불규칙한 매출 등 단점이 많았습니다. 2013년 어도비는 과감히 구독 전환을 선언하여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로 통합했습니다. 이후 2년 동안은 전환에 따른 실적 저점이 있었지만, 2015년부터 클라우드 전략이 성과를 내며 5년간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2016년: 사용자 확대에서 제품 지능화로
어도비는 2016년 AI 기반 플랫폼 어도비 센세이(Sensei)를 도입해 제품에 수백 가지 AI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3년 3월에는 이미지 생성 모델 파이어플라이와 고객 경험 관리 모델 Sensei GenAI를 선보였습니다. 현재 AIGC가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가져올 이점을 탐구하며 성장 동력 다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2013 회계연도에 클라우드 전환을 단행한 뒤 2년간 성장률은 둔화됐지만, 이후 5년간 매출 CAGR이 21.8%를 기록했습니다. 2020 회계연도 이후 매출의 90% 이상이 구독에서 발생하며 전환이 완성됐습니다.

문제는 급격한 구독자 증가로 얻었던 황금 성장기가 지나고, 디지털 미디어와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의 성장률이 10%대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어도비에는 새로운 성장 축이 필요합니다.

AI 콘텐츠 공급망 전략으로 첫 승

어도비는 2023년 3월 AI 텍스트-이미지 모델 파이어플라이를 출시해 다양한 수준의 사용자가 고품질 이미지를 손쉽게 생성할 수 있게 했습니다.

03

구글 검색 지표에 따르면 파이어플라이는 출시 후 특별한 침체 없이 안정적인 관심을 유지했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이미지 생성량은 출시 6개월 만에 20억 장, 7개월 30억 장, 8개월 45억 장을 돌파했습니다. 생성 규모와 증가 속도 모두 다른 텍스트-이미지 모델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출시 초기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었지만, 달리-E(DALL·E)와 미드저니(Midjourney) 등 경쟁 제품이 가격 경쟁을 벌이고, 일부 효과에서 파이어플라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도비의 파이어플라이 전략은 시장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어도비는 파이어플라이가 철저한 컴플라이언스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Adobe Stock에 라이선스된 콘텐츠와 공개 라이선스, 저작권이 만료된 콘텐츠만으로 학습했으며, 생성물은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 발생하면 비용을 어도비가 부담하겠다고 약속해 고객의 위험을 크게 낮췄습니다.

반면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은 무단 이용과 저작권 침해 의혹에 시달려 왔습니다. 2022년 말에는 세 명의 아티스트가 MJ와 SD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에는 이미지 라이선스 기업 Getty가 SD가 수백만 장의 무단 이미지를 학습에 사용했다고 고소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사용자, 특히 기업 고객은 컴플라이언스 리스크가 적은 파이어플라이를 선호하게 됩니다. 어도비가 경쟁사 대비 훨씬 방대한 크리에이티브 데이터셋을 보유한 것도 강점입니다.

어도비 경영진은 콘텐츠 기획·생성·활용 과정을 "콘텐츠 공급망"으로 규정했습니다. AIGC를 기존 워크플로와 통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파이어플라이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에 내장돼, 사용자가 프로그램 안에서 바로 콘텐츠를 생성하고 전문 도구로 후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전문 디자이너가 AI 도움을 받아 효율을 높이도록 설계돼 있어, 학습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반면 미드저니, 달리-E는 독립 웹사이트 형태로 존재하며, 단순한 수정 도구만 제공합니다. 다른 편집 소프트웨어와 연동하더라도 어도비처럼 유기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어렵습니다.

어도비는 2023년 11월 1일부터 파이어플라이에 패럴렐 청구 + 구독 과금 모델을 도입하며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가격을 평균 9% 인상했습니다. 이는 2018년 8%, 2022년 5% 인상보다 폭이 크고, 더 많은 지역과 제품을 아우르는 인상입니다. 2년 연속 가격을 올린 보기 드문 사례이며, AIGC 기술의 강력한 수익화 능력을 입증하고 파이어플라이 매출 성장에 대한 확신을 높였습니다.

결국 어도비의 AI 콘텐츠 공급망 전략은 초기 승리를 이뤘습니다. 이 전략은 투자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어도비는 2023년에만 시가총액이 1,100억 달러 이상 증가했습니다.

소라는 얼마나 큰 위협이 될까?

2024년 2월 15일, 오픈AI가 AI 비디오 생성 모델 소라(Sora)를 발표했습니다. 압도적인 영상 품질은 어도비 주가 급락을 촉발했습니다. 포토샵과 프리미어 프로라는 대표 제품을 보유한 어도비에게 확산 모델(텍스트-이미지/텍스트-비디오 기반 모델)이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입니다.

04

논리는 그럴듯합니다. AI가 콘텐츠 제작의 진입 장벽과 작업 공수를 크게 낮춘다면, 어도비가 10년 뒤에도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소라만 경쟁자가 아닙니다. 구글과 애플은 이미 다양한 AI 기반 지능형 편집 도구를 제공하며 고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코파일럿(Copilot)을 통해 새 기능을 계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어도비가 비교적 작은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성장한 틈새 강자였다면, 이제는 AI 모델의 성능 향상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유사한 제품과 솔루션(특히 일상용)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두 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소라가 AIGC의 최종 산출물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영상을 생성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물이 최종 제품이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비전문 영역에서는 용인될지 몰라도, 전문가가 최종 결과물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이미 텍스트-이미지 모델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며, 영상은 더 복잡하기 때문에 격차는 더욱 도드라질 것입니다.

즉, AIGC는 제작 과정의 첫 단계를 도와줄 뿐이며, 크리에이티브 도구의 필요성은 여전히 큽니다. 소라가 달리-E처럼 범용화될 수는 있지만, 어도비는 생성부터 편집까지 이어지는 전체 공급망을 갖춘 유일한 업체입니다. 이 공급망은 전문가 고객층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수익 기회의 대부분이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 현재까지 대부분의 경쟁사가 제공하는 AI 도구는 부가가치 서비스에 가깝습니다. 애플과 구글은 하드웨어·운영체제·관련 소프트웨어 개선이 목적이지, 크리에이티브 툴 자체로 수익을 내지는 않습니다.

콘텐츠 공급망 전략과 파이어플라이의 성공적인 수익화는 어도비가 다가올 경쟁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어도비는 AI가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켜 더 많은 콘텐츠가 생성되고, 모델을 사용할 때마다 사용자 기반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봅니다. AI로 인해 구독자 규모 증가가 둔화되거나 감소하더라도, AI가 창출하는 높은 부가가치 매출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어도비는 도전에 맞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AI 스타트업 리프레이즈AI(Rephrase.ai)를 인수했습니다. 이 회사는 텍스트 스크립트와 사용자 아바타를 결합해 마케팅, 고객 응대, 축하 메시지 등 상업적 용도의 영상을 생성하는 AI 플랫폼을 운영합니다. 이는 어도비의 AI 분야 첫 인수로, 제품 퍼즐을 완성할 신규 툴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도비의 직전 분기 실적과 전망

어도비의 3분기 실적은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6% 증가한 50억 달러, 순이익은 15억 달러였으며, 마진은 전년 대비 3.4%p, 전분기 대비 0.7%p 개선됐습니다.

성장세가 다소 빠르긴 했지만, 여전히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2024년 가이던스 역시 공격적인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연간 매출 성장률 10.2%, 영업이익률 횡보를 제시했는데, 이는 2022년 이전 어도비 투자자들이 기대하던 성장률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또 다른 AI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12월 종료 분기 매출 성장률이 17.6%에 달했고, AI 제품이 실질적으로 매출에 기여했습니다.

시장 컨센서스는 어도비 4분기 매출 51.45억 달러(+10.53% YoY), 주당순이익(EPS) 3.37달러(+24.52% YoY)를 예상합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성장 모멘텀과 AIGC의 제품군 통합 성과입니다. 어도비는 이미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에 파이어플라이를,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에 AI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이를 의미 있게 수익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시장은 이러한 AI 서비스가 실제로 고객 참여와 재무 성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알고 싶어합니다.

한편 어도비는 피그마 인수 종료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200억 달러를 절감하긴 했지만, 장기 성장 기대에는 타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피그마를 견제할 대체 제품 개발에 힘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결론

AI 물결은 어도비에게 득일까요, 실일까요? 달리-E가 첫 사례였다면, 단기 위협은 시장이 과대평가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달리-E가 등장한 뒤 어도비는 발 빠르게 파이어플라이를 출시해 전체 밸류 체인을 지켜냈습니다.

RockFlow 팀은 어도비의 가격 결정력과 시간이 지날수록 파이어플라이가 가져올 가치를 여전히 신뢰합니다. 어도비는 AI로부터 지속적인 수혜를 받을 것이며, 장기 시장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봅니다.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