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페이스북(2012), 트위터(2013), 스냅(2017), 핀터레스트(2019) 등 주요 소셜 미디어가 일찍 상장한 뒤, 설립 20년 차가 다 되어가던 레딧(Reddit)도 마침내 올해 IPO에 성공했습니다.
레딧은 소셜 미디어이자 뉴스 웹사이트, 콘텐츠 집약 플랫폼으로, 20년 전 중국의 ‘贴吧(티에바)’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구조가 닮아 있습니다. 인기 뉴스부터 온갖 니치 주제까지 다루며, 다른 플랫폼이 사회적 관계로 사용자를 묶는 데 집중했다면 레딧은 공통 관심사 커뮤니티에 기반한 독특한 소속감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타 플랫폼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강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설립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레딧이 진정한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를 보면 레딧 검색량은 큰 변동 없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어 뚜렷한 도약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 증시에서도 10년 넘게 공들인 레딧은 상장 첫해 놀라운 성적표를 제출했습니다. 연내 주가가 300% 이상 상승해, 상장 첫해 성과 기준으로 페이스북·트위터 등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그렇다면 레딧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이뤄냈을까요? 경쟁 플랫폼 대비 진짜 경쟁력과 고유 가치는 무엇일까요? 방대한 데이터 금맥을 가진 레딧이 AI 붐 속에서 어떤 놀라움을 안겨줄 수 있을까요? RockFlow 연구팀은 레딧의 성장 과정과 사업 현황을 되짚고, 최근 주가 상승을 이끈 촉매와 투자 가치를 깊이 분석합니다.
1. 레딧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레딧은 2005년 스티브 허프먼과 알렉시스 오하니안(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의 남편)이 설립했습니다. 초기에는 Y Combinator가 투자했고, 이후 a16z, 텐센트, 유명 래퍼 스눕독 등에게서 다수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Y Combinator 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레딧을 “인터넷의 첫 페이지(the front page of the internet)”라고 칭했습니다. 익명 사용자가 어떤 주제든 의논할 수 있고, 레딧의 핵심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서브레딧(Subreddit): 이용자는 관심사별 소규모 커뮤니티에 가입합니다. 공식 운영진이 아니라 자원봉사자가 직접 관리합니다.
- 추천·비추천 투표: 게시물과 댓글에 찬반 투표를 할 수 있어, 인기 있거나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상단에 노출됩니다.
- 카르마(Karma): 자신의 콘텐츠가 지지를 받을 때마다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해 더 많은 글쓰기 권한과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첫 페이지’라는 별명은 레딧이 여론 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대표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레딧은 AMA(Ask Me Anything)를 대중화했습니다. 오바마, 빌 게이츠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들도 AMA 세션을 열었습니다.
- 특정 서브레딧의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2021년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아지트 r/WallStreetBets는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톱 등 주식을 매수하자고 선동했고, 그 결과 일부 헤지펀드가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월가를 뒤흔들자"라는 구호는 커뮤니티의 결속력과 영향력을 상징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다른 플랫폼과 달리 레딧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익명성: 실명, 나이, 성별, 프로필 사진이 필요 없습니다. 사용자는 정체성 부담 없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글의 뒷배보다는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물론 익명성은 콘텐츠 검열과 커뮤니티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 투명성: 게시물과 댓글에는 찬반 버튼이 있고, 득표 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플랫폼이 ‘좋아요’만 기록해 부정적 반응을 감추지만, 레딧은 사용자 감정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전 레딧 CEO이자 기업가인 에피 윈프리(Huang Yishan)는 “이름이나 직책, 신분이 아니라 커뮤니티에 남긴 말과 기여를 통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존 관계보다 새로운 콘텐츠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소셜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레딧 주요 수익원은 광고입니다. 그 밖에 유료 구독과 API 라이선스 수수료 등도 시도했습니다.
레딧 광고 매출은 전체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설립 15년이 지난 2020년이 돼서야 자동화 광고 플랫폼을 도입했습니다. 광고 판매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형 광고주를 위한 전담 세일즈 조직·툴·플랫폼을 제공하는 호스팅 서비스, 다른 하나는 CPC 기반 경매 방식입니다. 입찰가가 높은 광고주에게 노출 기회를 우선 배정합니다.
그러나 다른 소셜 플랫폼에 비해 레딧 광고 단가는 저렴합니다. 익명성이 강해 사용자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고, 인스타그램·페이스북처럼 정교한 타깃팅 기반이 부족한 탓입니다. 광고 플랫폼 자체도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생태계가 포화되지 않았습니다.
유료 구독은 한때 레딧이 기대했던 수익 모델입니다. 광고 없이 이용하거나 맞춤형 아바타, 특정 커뮤니티 접근, 가상 자산 등을 제공했습니다. 이용자는 가상 아이템을 구매해 선물할 수도 있어, 오늘날 여러 플랫폼이 채택한 방식과 비슷합니다.
API 요금은 2023년 7월부터 도입했습니다. 5,000만 건 요청당 1만2,000달러를 부과하며, 이는 업계에서는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X(구 트위터)의 4만2,000달러보다는 저렴합니다.
2. 레딧의 진짜 경쟁력과 고유 가치
레딧은 한때 페이스북 모델을 복제하려 했지만, 이용자가 플랫폼에 매일 들어와서 게시물·영상에 광고를 붙이는 전략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 광고가 효과적인 이유는 이용자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광고주 가치 제안에 맞는 타깃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레딧은 익명성이 강하고 소셜 그래프도 없어 이용자를 제대로 모른 채 광고를 팔아야 했습니다.
2021년 2월 분석에 따르면 레딧의 MAU는 핀터레스트와 비슷하고 당시 트위터보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용자당 잠재 가치 측면에서는 큰 격차가 있었습니다. 페이스북 대비 이용자당 가치가 19배 이상 낮았습니다.

그렇다고 레딧이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레딧의 강점은 강력한 커뮤니티입니다. 수많은 서브레딧에서 사용자는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2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커뮤니티의 유대감은 여전히 막강합니다.
레딧은 검색엔진이자 셀프 서비스 전문 포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타인의 생각을 알고 싶다면, 레딧의 영화 리뷰, 정치 토론, 기업 비판, 생활 공유 등이 좋은 참고 자료가 됩니다.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줍니다.
또한 구글 검색의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검색엔진 결과가 반드시 사용자 이익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들은 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찾기 위해 레딧으로 눈을 돌립니다. SEO를 잘 활용한 홍보성 블로그보다 현실적인 후기와 조언을 듣고 싶은 것입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레딧이 광고주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타깃팅 능력’이 아니라 ‘사용자 신뢰’입니다. 검색광고 시장은 오랫동안 구글이 장악해 왔지만, 레딧을 통해 정보를 찾는 이용자가 늘면서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에도 없는 “추천” 공간을 독점할 잠재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RockFlow는 레딧이 검색 영역에서 구글과 본격적으로 경쟁함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3. 상장 첫해 주가 300% 상승을 이끈 세 가지 촉매
RockFlow 연구팀은 올해 레딧 주가가 급등한 이유로 △이용자 기반 확대 △고객 참여 증가에 따른 매출 성장 △새로운 수익원 창출 가능성을 꼽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 촉매가 핵심입니다.
촉매 1: AI 역량 + 구글 트래픽 → 이용자 폭증
2022년까지만 해도 레딧은 사용자 확대에 애를 먹었습니다. 그해 DAU 전년 대비 성장률은 한 자릿수였고, 2023년 2분기에도 7%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이후 성장세가 가속화돼 2024년 2분기에는 DAU가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했습니다. 전 세계 이용자도 3억6,5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2년 전에는 2억 90만 명 수준).
이용자 급증은 AI 덕분입니다. 과거 레딧의 사용자와 광고는 대부분 영어권, 특히 미국에 집중돼 있었지만, AI를 활용해 머신러닝 역량을 강화하고 타 언어로 콘텐츠를 번역해 미국 외 지역 성장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2024년 3분기 주주 서한에서 CEO 스티브 허프먼은 AI 번역 기능이 실적 성장의 주된 동력이라고 밝혔습니다. “2024년 가장 큰 성장은 프랑스, 인도, 필리핀에서 나타났습니다. 레딧은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하며, 머신 트랜슬레이션과 콘텐츠 현지화에 중점을 둔 것이 성장 요인입니다.”
경영진은 “번역된 레딧 콘텐츠가 검색엔진에 색인되면서 상위 유입 채널과 로그인 사용자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프랑스·스페인에서 번역 콘텐츠가 전면 적용됐고, 독일·브라질·이탈리아에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4분기와 2025년에는 30개 이상의 국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노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시장은 이미 레딧의 장기적인 DAU 성장 잠재력을 확인했습니다.

장기적으로 레딧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실시간 콘텐츠와 상호작용을 포괄하는 글로벌 텍스트 기반 소셜 거인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AI 기술 강화와 더불어 허프먼 CEO는 레딧 활력을 유지하는 또 다른 요소로 “2024년 기준 구글에서 ‘Reddit’은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많이 검색된 단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답변, 조언, 커뮤니티를 찾을 때 레딧이 중요한 목적지 중 하나라는 뜻입니다.
레딧 최신 실적 발표에서는 ‘Google’이라는 단어가 22번 언급됐습니다. 레딧은 구글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달간 구글 검색 결과에서 레딧 순위가 급상승했고, 구글은 AI 모델 학습을 위해 레딧 데이터를 사용하기로 합의하면서 레딧에 트래픽을 적극 유입시키고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로그인하지 않은 사용자 증가율이 로그인 사용자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점이 눈에 띕니다.

촉매 2: 광고주 다변화 → 트래픽 수익화 역량 강화
앞서 언급했듯 역사적으로 레딧의 광고 수익화는 경쟁사 대비 매우 낮았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메타·핀터레스트 등과 비교한 레딧의 트래픽 수익화 효율입니다.

그동안 레딧은 광고주에게 높은 ROI를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상장 이후 회사는 광고 효율 개선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3분기 레딧은 NFL(미식축구), MLB(야구) 등 여러 대형 고객이 기업용 마켓 인텔리전스 및 광고 플랫폼인 Reddit Pro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양한 국가·규모·업종의 광고주가 새 플랫폼을 활용하도록 유도한 것도 성과입니다.
광고 물량 확대 역시 매출 성장의 핵심 동력입니다.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은 “검색 기능을 개선해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더 빨리 찾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광고주에게 더 효과적인 타깃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광고 매출은 이용자 증가에 따른 노출수 확대, 광고 로딩 효율 개선, 대화형 디스플레이 광고 확장 등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습니다. 이는 시장이 기대하던 진일보이며, 향후 레딧 성장의 핵심 요인입니다.
RockFlow는 올해 레딧이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힌 첫해라 보고, 향후 다른 소셜 공룡 수준에 근접하도록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촉매 3: 데이터 금맥 → 신규 수익원 창출
2024년 3분기에 레딧은 2,990만 달러의 분기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740만 달러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습니다.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 덕분에 주가는 다음 날 40% 급등했습니다.
순이익 개선은 경영진의 구조적 개편과 괘를 같이합니다. 트래픽 수익화 역량을 높이는 것 외에도 구글·오픈AI와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사용자 콘텐츠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데이터 라이선스 파트너십도 추진했습니다.
레딧은 방대한 실사용자 텍스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데이터 라이선스 분야에서 큰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AI 학습을 위한 ‘금광’과도 같습니다. 2024년 5월 레딧은 오픈AI와 콘텐츠 접근 계약을 체결했고,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15% 급등했습니다(참고로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은 레딧 주식을 수천만 달러 규모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는 미디어·소셜 인텔리전스 기업 멜트워터(Meltwater)와의 신규 파트너십도 공개됐습니다. “3분기 우리는 Meltwater와 협력해 데이터 API를 통해 레딧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Meltwater 고객사는 레딧 데이터로 브랜드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업계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며, 커뮤니티 대화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RockFlow는 레딧이 데이터 원천으로서 아직 탐구되지 않은 가치가 많다고 판단합니다. 향후 레딧의 데이터 수익화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4. 결론
소셜 미디어 투자 지형에서 레딧은 20년간 구축한 대규모 데이터 금맥과 사용자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RockFlow 연구팀은 AI 시대의 강점—대량의 고품질 UGC 콘텐츠, 강한 커뮤니티 결속, 다변화된 수익 가능성—을 바탕으로 레딧이 구글에 이은 중요한 정보 입구이자, 소셜·검색·AI 생태계를 모두 아우르는 희소한 투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저자 소개:
RockFlow 연구팀은 미국 주식 시장의 우량 기업뿐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 암호화폐·바이오테크 등 잠재력 높은 산업을 장기적으로 분석합니다. 팀 핵심 멤버는 Facebook, Baidu, ByteDance, Huawei, Goldman Sachs, CITIC Securities 등 주요 기술 및 금융 기관 출신이며, 대부분 MIT, UC 버클리, 난양공대, 칭화대, 푸단대 등 세계 유수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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